◇◇ 빈 가슴 언저리에는
하늘은 제자리인데 사람은 계속 흘러가는구나.
인연의 뒷자락에 늘 남겨진 사람으로
매일 하는 일상조차 당연함이 되지 못하고
길 떠난 나그네처럼 쫒기 듯 살아가는구나.
사람은 그 모습 그대로인데 마음은 한결같지 않구나.
어느 날은 남자처럼 살다 어느 날은 여자인 듯 살아가고
어느 날은 부자처럼 살다 어느 날은 거지인 듯 살아가고
제 것인지 남의 것인지 그저 붙잡고만 사는구나.
물안개 아득한 저 산은 저리 우는데 난 울지도 못하는구나.
기쁘고 슬픈 것들조차 습관처럼 스쳐간 뒤
다가오지도 다가서지도 못하는 망설임만 남아
빈 가슴 언저리에 바람으로 머물러있구나.
나는 아직도 이 자리에 있는데
곁께 있던 사람들은 기약조차 없이 떠나가는구나.
예전에는 이별이 아쉬워 마음으로 보내지 못하였는데
이젠 그저 말없이 놓아두려만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