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만큼이나 마음이 쓸쓸하다.
이런 날에는 가능하면 밝게 생활하려해도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그리고 별 것 아닌 일인데도 짜증스러워지고 모든 일이 꼬여 버린다.
매일 반복하던 일도 남의 일인듯 낯설고,
평소 다니던 도로를 운전하는데도 왠지 다른 차들이 나의 진로를 방해하거나 끼어들어,
가뜩이나 불편한 마음을 더 자극시키는 것 같다.
축 처진 기분을 억누르고 돌아온 집에서도 편안함보다는 불편함이 더해진다.
사람과의 인연도 그럴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함께 한 사람조차 이별은 한 순간이다.
한번쯤 헤어짐으로 인한 타인의 감정을 생각해보기라도 하련만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사람의 감정이란 어디 한순간 자른다고 해서 잘라질 수 있는 것인가?
되돌아 후회할 줄 알면서,
자신의 자존심을 추스르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의 가슴에 상처를 만들게 되는 것 같다.
그래, 내가 성급했었지.
그래, 그 때는 내 스스로 나의 감정을 이길 수 없었어.
조금만, 아주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가졌어야 했는데...
그동안 네가 나에게 베풀어 주었던 많은 것들을 기억했어야 했는데...
한 때는 나의 전부처럼 여겼고,
생명과도 다름없는 존재였음에도 난 한순간의 옹졸한 자존심을 견디지 못했던 거야.
내가 좋아했던 것은 그 사람의 일부가 아니라 그 사람의 전부였다는 것을 그만 잊고 말았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 중에는 그 사람과 함께 만들어왔던 수많은 기억들이,
아직도 고스란히 가슴속에 남아있는 데 말이야.
내가 존재하기까지,
함께 겪어온 세월과 도움을 나의 하찮은 고집으로 외면해 버린 거야.
나를 생각해 준 그동안의 순수한 마음마저 버린 뒤, 난 도대체 무엇을 원했던 걸까?
그래, 분명 그 사람에게도 생각할 기회를 줬어야 했었어.
눈물이 날 정도로 마음이 아리다.
후회라는 감정이 흐린 날 하늘에 가득 낀 먹구름처럼 어둠에 휩싸여 있다.
그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그저 한 순간의 실수일 뿐임에도,
나의 가슴은 소리 없는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분명 내게는 자존심이 상하고 아픔이 되었지만,
그 사람에게는 수많은 사람과의 작은 트러블에 불과했었는지도 모른다.
전화 한 통이면, 문자 한 통이면, 어쩌면 아무 일 없듯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만 이렇게 가슴에 담아두고 괴로워하고 있는 것은,
나의 후회가 잘못된 선택이 아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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