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삶의 낙서들

큰 나무에는 그림자가 생기듯

소우(小愚) 2021. 4. 17. 12:54

 

◇ 왕겹벚꽃

 

 

인생의 황혼은 사는 게 힘들다.

이것저것 신경 쓸 것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딱히 어려운 일들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세월의 무게를 느끼는 것이다.

건강에 따른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아니, 어쩌면 마음이 더 조급하고 바빠진 탓인지도 모른다.

 

과연 난,

내 삶을 좋아한 적이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내 삶의 주인공이라기보다는 방관자였던 것 같다.

내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성찰 없이,

하루하루가 그저 무탈하게 지나가기를 바랐던 것 같다.

 

난 이런 삶을 살았노라,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 늦도록 병상을 지켜주던,

이웃집에 살던 소녀의 풋사랑처럼 내 삶은 나를 스쳐갔다.

 

오롯이 내 삶에,

집중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내 힘으로 안 되는 것들에 아파하지 말고,

자신의 능력에 맞춰 삶 그 자체를 즐겼으면 좋겠다.

 

정이란 사슬에 매여,

이런저런 걱정과 염려 일랑 벗어던지고,

평범함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았으면 좋겠다.

돌아보면 단 하루조차 스스로에게 불만스럽지 않은 날이 있었을까?

자신이 만든 짐을 벗어야 한다.

 

지나치면 절망에 빠지기 쉽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산 입에 거미줄 치지 않는다는 격언을 믿어야 한다.

내가 아니어도 산 사람은 살아가기 마련이고 세상은 변함없이 돌아간다.

내가 보는 세상은 단지 내가 가치를 부여한 세상일뿐이다.

삶은 이어진다.

 

단순하게 살고 싶다.

인과관계를 따질수록 삶은 결코 즐거울 수 없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넉넉하면 넉넉한 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살면 마음도 편하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면서 산 삶일지라도 지나면 부끄럽고 후회할 일뿐이다.

때로는 자신에게 관대해야 한다.

 

갈수록 감정이 메말라가는 것 같다.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어도 쓰다보면, 어느새 불만표시나 하소연으로 변하고,

경쾌하고 신나는 밝은 노래를 부르고 싶어도,

부르다보면 어느새 슬픈 가사의 노래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문득 뒤돌아보면,

눈물이 나고, 주변을 보면 초라함만 보인다.

그동안 살아온 내 삶이 존재하기나 했을까 싶다.

 

노인은 지혜롭다고 한다.

그러나 경험치가 많다보니 보이는 것만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그동안의 경험이 스스로의 시야를 가려,

오히려 편협해지고 편견과 독선적으로 변한 건 아닐까?

 

보고 싶은 것만 보려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건 아닐까?

그동안의 경험이 무색해질 정도로 매사가 두렵다.

 

그저 삶은,

흘러갈 뿐이다.

사람도, 사랑도, 일도....... 흘러가리라.

시간이 만든 과거나 현재 미래라는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큰 나무 밑에는,

그림자가 생기듯,

나의 존재로 인해 만들어진 어둠의 그림자를 지우고 지워야 한다.

자신을 위한 삶이 모두가 원하는 삶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또 명심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