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순 수

자화상(自畵像)

소우(小愚) 2021. 3. 29. 10:32

 

◇ 강릉 남대천 벚꽃

무엇을 할지 몰라

어디로 갈지 몰라 그냥 머문다.

삶의 파고를 넘을 때마다 불던 그 바람조차

때로는 차갑게 때로는 따뜻하게 나를 위로하던 그 바람조차 애달피 운다.

어쩔 수 없이 멈춰버린 내 삶은 오늘도 저물어간다.

 

인연들이 떠난 자리에는

후회와 아쉬움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지난 일상은 포말이 되어 산산이 흩어지고 흩어져

어둠이 스며드는 저녁노을처럼 내 삶의 끝자락에서 스러져간다.

추억으로 남겨진 내 삶의 비워진 하루하루가 시간이 지난수록 두려움으로 변해간다.

 

소중한 사람에게서,

죽음의 처절함을 마주할 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절망감들이 응어리져 가슴에 새겨지고

소중한 추억을 가슴에 꾹꾹 눌러 담고 담아도 조금씩 잊혀져가는 기억을 되살릴 수 없다.

내려놓고 비우고 싶었던 지난 날 나의 잘못과 모자람들이 차곡차곡 쌓여

가뭄 든 논밭처럼 메말라가는 마음을 달랠 길 없다.

 

세월이 흘리고 간 내 삶의 일기장엔

할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든 만큼 쓸만한 얘깃거리조차 없고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포기해야만 했던 수많은 일들이 쌓여만 간다.

마음으로 다짐했던 각오와 약속들이 매일매일 공염불이 되어

기억에 남는 날들이기를 간절히 소망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미련으로 머물러 있다.

 

부지런히 살아도 놓친 일들은 넘쳐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서도 세상에 대한 원망은 가시지 않는다.

바라지도 원하지도 않았던 것들이 운명처럼 다가와 새로운 상처를 만들고

난 오늘도 그 상처에 아픈 가슴을 보듬고 살아간다.

되돌아보면 모두가 실패한 것도 아니고 행복하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왜 이토록 아파하는 걸까?

 

내 나이쯤이면

가슴 아픈 사연하나 간직하지 않은 사람 없다.

속으로는 인정하면서도 자존심이 상처 입을까 곁으로는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모자란 내가 싫어 난 이토록 남 탓만 하면서 내 삶만 붙잡고 산다.

이것이 내 삶의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