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야만 알게 되는 것들.

 

     ◇◇ 나이가 들어야만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오랜만에,

     안부전화를 드렸다.

     그러자 대끔 하시는 말씀이,

   “내가 얼른 죽어야 너희들이 편할 텐데” 라고 하신다.

     <무슨 일이 있었구나!>라는 직감에 “왜 그러시냐?”고 여쭸더니,

     작은 형과 작은 언쟁이 있었다고 한다. 

 

     늙어 판단력이 흐려진 어머니는,

     예전 사업실패로 입은 당신의 손해만 기억하지,

     당신을 보살피는 아들의 수고스러움은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면 한만 남는다는 옛말이 있다.

     맛있는 음식이나 기쁜 일도 몸 건강했을 때 얘기지 아프면 아무 소용없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일지라도 그 음식을 소화시킬 이가 없고,

     즐기고 싶어도 즐길 몸이 되지 않는데 어찌하랴.

     돌아누우면 서러움만 더하고, 되돌아보면 지나온 인생이 야속타.

     왠지 아들의 짐만 된다는 생각에 절로 눈물나누나.

 

    “내가 얼른 죽어야 너희들이 편할 텐데”

     당신의 죽음으로 자식의 행복을 비는 참으로 눈물나는 말이다.

     어쩌면 입에 바른 한탄의 말일수도 있겠지만,

     죽음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기도 하다.

     그리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는 자신에 대한 한탄이기도 할 것이다.

    <마음 편하게 모시는 것이 최고의 효도다.>라는 말이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요즘 어머니만 생각하면 그저 가슴 답답하다.

     부모는 고난은 당신의 몫으로 돌리고, 영화는 자식의 몫으로 주는 사람이라면,

     자식은 영화일수록 자신의 몫이고 고난일수록 부모에게 떠넘기는 존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겨우 명절이나 생신에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을 내 놓으면서도,

     마치 내 도리를 다한 양 방관하는 나도 마찬가지다.

 

     평소 어머님이 생각날 때마다 흘렸던 눈물이나,

     그리움만큼만 했었어도 효자라는 소리 들었을 텐데 말이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상대로 하는 행동은 오로지 이해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족하다.

     뼈 마디마디가 쑤시고 저려 신음소리가 절로 나고,

     굽은 등과 주름살 깊게 파인 모습에서 더 무엇을 바랄까?

 

     이 모두가 나 잘되라고,

     당신의 아픔을 잊고 피땀 흘리신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가 아닌가?

     자신조차 아침에 일어나면 어디 안 아픈 곳 없는데 말이다.

     할 수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그러시고 있다.

 

     어느 자식에게나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던 밥이 가장 맛있다고 느낀다.

     지금은 훨씬 더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음에도 그 때의 맛과 추억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아마 그것은 그 때는 정말 배가 고파서 먹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이 늘 가슴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그 마음을 받들고 헤아리지 못하니 참으로 한심하다.

     아마 그래서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오십이 넘으면서 늘 마음속에 부모님이 계신다.

     무엇인가 해주지도 못하면서 기쁘거나 슬프면 부모님이 생각나는 것이다.

     그리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좋은 풍경을 봐도 부모님과 함께 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록 많고 큰 것은 못해주지만 곁에 계시면 내가 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을 대신,

     해주고 싶은 작은 바람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나이가 먹어야먄,

     느끼고 알게 되는 것들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