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춘설이야기
○○ 강릉 춘설이야기
강릉은,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춘설이 자주 내린다.
특히 근래 들어 엘니뇨와 같은 이상기온현상으로 춘설이 내리는 빈도가 잦다.
그중 아마 내 기억에 최고의 춘설기록은,
2014년 2월 7일부터 나흘 동안 내린 적설량 110㎝의 폭설이 아닐까 싶다.
산간벽지에서는 교통이 투절되어 민관군 합동봉사단의 도움으로,
도로를 뚫거나 식수와 식량을 조달받아야만 했다.
강릉 사람들은,
아무리 눈이 많이 내려도,
스노우타이어를 끼고 다니는 차량이 많지 않다.
늘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라 제설계획에 따라 제설작업이 이루어져,
눈으로 인한 큰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눈보다는 눈이 녹으면서 강추위로 인한 빙판이 더 문제라,
스노우타이어보다는 차라리 체인을 준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워낙 자주 일상처럼 겪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보통 눈이 내리면 초가집 지붕처마 끝까지 눈이 내리곤 했다.
그래서 눈바람으로부터 창호지를 바른 문을 보호하기 위해 겨울이면 비닐로 감싸야만 했고,
집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조심스럽게 눈을 치우고서야 나올 때도 있었다.
지금은 농촌 거의 대부분이 트랙터를 보유하고 있어,
어지간한 눈에는 그저 <눈이 내리는구나!>라고 할 정도다.
설피를 신고 토끼나 맷돼지 사냥을 하던 문화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이번 설경은 유난히 그 풍경이 빼어나다.
눈과 비가 섞여 내리다 밤 기온이 낮아지면서 내려 마치 상고대인양 눈이 얼어붙었다.
그래서 인적이 드문 시골마을 도로는 빙판을 이루었지만,
나무마다 눈이 달라붙어 그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비록 양은 그리 많지 않아도 눈 빛깔이 유난히 곱고 아름다운 것 같다.
회사에 나왔지만,
제설작업을 할 필요가 없어,
잠시 짬을 내 인근 마을을 돌며 설경사진을 촬영했다.
월호평 마을과 모전 뙡마을도 찍고, 도로를 벋어나 숲길로 들어가 소나무설경도 찍었다.
날씨도 맑아 햇살이 들어온 숲은 하얀 설경을 유난히 돋보이게 한다.
야생동물 발자국을 따라 걸음마다 뽀드득 눈이 부서지는 소리도 정겹다.
블러그에 설경 사진을 많아,
이제는 안 찍어야지 그러면서도,
눈만 오면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 쏘다니게 된다.
어떻게 보면 그 사진이 그 사진일 수 있지만, 내가 보는 풍경은 분명 차이가 있다.
비록 카메라 앵글에 보이는 풍경은 같을지라도 내 마음은 매번 다르다.
아마 어린시절 그 눈과 닮은 동심이 있어 더 그런 것 같다.
<< 사진 : 2016. 02. 29. 춘설이 내린 강릉시 강동면 일원 마을풍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