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은 내 마음의 거울이다.
난 늘 내 얼굴에 불만이다.
막상 그저 팔자거니 여기려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 너무 많아 거울을 볼 때마다 속상하다.
어디 가서 사진이라도 찍을라치면,
눈 주위로 난 붉은 배안의 점이 얼굴 전체를 가려 마치 술을 먹은 듯 붉게 보인다.
그리고,
거칠거칠한 피부에 각질은 예사고,
시도 때도 없이 사춘기의 여드름인양 무엇인가 돋아난다.
나이 마흔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할 나이라는데,
난 오십이 넘은 지금도 내 얼굴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체면(體面)은,
곧 얼굴이며 다른 사람을 대하는 도리다.
체면은 사람과의 만남이 그 시작점이요,
얼굴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나의 모습인 것이다.
그렇기에,
비록 사람은 하나의 얼굴을 가졌지만,
상황이나 장소에 따라 수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비굴하게 또 때로는 당당하게,
경우에 따라 찡그리거나 웃는 표정도 연기하듯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몸보다는 얼굴이 먼저인 경우가 더 많다.
어쩌면 이 모두가,
자신의 입장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비단 남에게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서서도 그렇다.
대다수의 다른 사람은 남의 얼굴이 깨끗하든 지저분하든,
생김새에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남의 눈을 의식하기에,
자신의 얼굴을 제3자의 눈으로 보게 됨으로써,
오히려 그 특징을 잃게 되는 것이다.
농사일을 하는 사람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흘러야 아름다우며,
사무를 보는 사람의 얼굴은 엄중해야 아름다운 법이다.
사극을 보노라면,
왕의 얼굴은 항상 근엄한 가운데 잘생긴 얼굴이다.
배역에 따라 왕과 신하, 왕비와 공주,
장군과 병졸, 그리고 내시와 평민 등, 수많은 유형의 얼굴이 등장한다.
때로는 사극을 보면서 자신의 얼굴이 어느 배역에 어울릴까 저울질해볼 때도 있다.
알다시피,
처음 만났을 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얼굴이라,
대부분 얼굴을 통해 사람을 구별함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다.
그렇기에 첫인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했던가?
얼굴은 내 마음의 거울이다.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얼굴에는 좋고 나쁨이 그대로 들어난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진정으로 얻고 싶으면 메시지나 전화보다는 직접 찾아가는 것이 좋다.
같은 표현의 말이나 글일지라도 얼굴을 마주 대하는 것처럼,
그 사람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을 때 사람은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름다운 얼굴은 예쁘고 잘 생긴 얼굴이 아니라 진심이 들어나는 얼굴인 것이다.
요즘 들어,
잠든 아내의 얼굴을 바라볼 때가 많다.
볼 때마다 마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때로는 안쓰럽기도 하고 또 때로는 인연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한다.
검버섯이 핀 손이나 주름진 얼굴을 보면서 참으로 내게 맞춰 사느라 고생스러웠겠구나 싶다.
나이가 들어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이 짙어질수록 미안함이 더 커져간다.
그래서인지 주름진 아내의 얼굴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게 보인다.
잘났거나 못났거나,
거울에 비친 얼굴이 자신이다.
시간이 지나면 추억으로 쌓이듯,
사람의 얼굴 역시 눈에 익으면 예쁘게 보인다.
비록 못난 얼굴일지라도,
자주 보노라면 사람들의 마음에 새겨져,
아름다운 추억으로 함께 살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화장을 하고 성형을 해도 나중에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보면,
영원할 수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얼굴에 자부심을 가지고,
스스로 당당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