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삶의 낙서들

세월이 지난 뒤

소우(小愚) 2014. 11. 7. 16:09

 

                                                                                                                                    

              

     세월이 참으로 야속하다.

     모두들 힘들다고 살기 어렵다고 난리들인데 세상은 묵묵히 잘도 돌아가니 말이다.

     때로는 힘들면 쉬어가도 좋으련만 마치 그렇게 가는 것이 의무인 듯 도망가기에 바쁘다.

     계절도 어느새 새싹이 돋는가 싶더니 벌써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

     하지만 난 1월처럼 처음 그대로 서 있다.

 

     조석으로 찬바람이 불어오자 매년 응당 그랬듯이 두꺼운 옷을 꺼내 입는다.

     마치 정해진 목적지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옷깃을 여민 채 종종걸음으로 서둘러 걸어간다.

     미처 쫓아가기도 버거워하면서도 쫓기어가듯 뛰어간다.

     귀머거리인 듯 벙어리인 듯 탓함에 대답도 없다.

     비가 오면 알까 바람이 불면 알까?

 

     예전처럼, 예전처럼,

     내게 가장 좋았던 예전처럼,

     그렇게 살아갈 수 없는 잔인한 현실 앞에서, 

     좋았던 것들조차 그리움이 되지 못하고 잘못으로 변해가기도 한다.

     이렇게 살았든 저렇게 살았든 때로는 순간이 영원이 되기도 하고 영원이 순간이 되기도 한다.

 

     저절로 노래가 되어 흥얼거렸던 시절이 왜 없었을까?

     생각만 해도 눈물이 되어 가슴 아리게 했던 기억이 왜 없었을까?

     사랑을 받지 못하여 아쉬워하고 사랑을 주지 못해 안달했던 사람이 왜 없었을까?

     저울로도 잴 수 없을 삶의 무게에 저 혼자 힘겨워했던 청춘이 왜 없었을까?

     세월은 이렇게 과거란 시간에 머무른다.

 

     세월은 참으로 야속하다.

     무엇인가 알 때쯤이면 내 곁을 떠나버리고.

     무엇인가 할 수 있을 정도면 그 일은 이미 저 멀리에 가 있다.

     이루어지지 않는 첫사랑처럼 마음만 빼앗아 가버리고 서러움만 남겨졌다.

     눈 감고 돌아봐야만 겨우 알 수 있을 정도만큼 딱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