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삶의 낙서들

앞을 향한 뒷걸음질

소우(小愚) 2013. 12. 31. 11:34

      

 

 

    ◆ 물러서지 못하면 달려들지도 못한다.

 

    금년 한 해만큼 앞이 안 보이는 한 해도 없었던 것 같다.

    이젠 어느 정도는 세상을 알만한 나이임에도 감당하지 못하고 왠지 불안하고 초초한 한 해였다.

    그래서 가급적 안정적인 일상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 마음을 절제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중년에 바라보는 미래는 희망보다는 절망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왜 이다지도 어렵게 사는지 마음은 아직도 밤이다.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초초하다.

    앞을 바라보면 커다란 산이 가로막혀 있는 듯 적막강산이다.

    어떻게든 최소한 자식들이 출가할 때까지 버팀목으로 있어줘야 하는데 그 모두가 한심스럽게 여겨진다.

    온갖 잡생각은 넘쳐나고 하는 일마다 의미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매사가 짜증스럽고 왠지 나만 소외된 듯 외롭다.

 

    이렇듯 나름대로는,

    올 한 해 부지런을 떨며 살아온 것 같은데,

    되돌아보면 천길 낭떠러지기에 서 있는 듯하다.

    스스로 행복하기 위해서 욕심을 내려놓으려 그리도 열심히 했건만 흔적일랑 보이지 않는다.     

    젊은 날에는 열심히 하지 않아도 나날이 더해지는 날이 많았었는데,

    이젠 어느 정도 되었다 싶어도 막상 돌아보면 오히려 더 모자라고 부족한 것뿐이다.

    분명 나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그것은 아마,

    가족에게 나의 역할이 줄어든 탓인지도 모른다.

    아내의 역할이 늘어나고 아이들의 몫이 많아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할은 줄어든 반면에 경제적 책임은 반대로 늘어나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다.

    가능하면 편하게 행동하려해도 마음은 그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는 달려가지만 나는 서서히 뒷걸음치는 것이다.

 

    삶은 그저 나를 지키는 과정이라 믿고 싶다.

    그래서 때로는 달려들고 또 때로는 물러서려고 노력하고 있다.

    항상 유리하고 이득이 있을 때에만 달려드는 것이 아니듯,

    물러섬도 불리해서 이득이 없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상황이 불리하고 능력이 모자라도,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달려들거나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조급함이 지나쳐 먼 길을 돌아가는 것이,

    때로는 가장 빠를 때도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게다.

 

    물러서지 못하는 사람은 달려들지도 못한다.

    모자람을 알아야 채우려고 하고, 가진 것이 있어야 나눌 수도 있는 것이다.

    조금 뒷걸음으로 물러서더라도 눈은 앞을 바라봐야 한다.

    달이 바뀌고 해가 바뀐다 한들 기존의 생각이나 주어진 일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지가 되기 위해서는 마음의 다짐보다는 하나라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고 바람직하다. 

 

    오늘이 지나면 말의 해 갑오년의 새해가 시작될 것이다.

    부디 다가올 새해에는 근심걱정으로 움츠러진 마음이 활짝 펴졌으면 좋겠다.

    다툼보다는 이해와 사랑으로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소중한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나만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올 한해는 서로의 주장들이 충돌한 다툼의 한해는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부디 새해에는,

    여성 대통령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온정이 가득한 사회이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감성적인 나만의 바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