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타인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것들 중 하나는 가족관계다.
혈연으로 맺어졌기에 어느 누구보다도 믿을 수 있고 가깝다 여기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정의일 뿐, 만일 내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제일 먼저 달려와 도움을 줄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시간이나 노동으로 때우는 것이라면 몰라도,
금전적인 도움은 사전에 아내의 동의 없이 선뜻 도와주기란 어렵다.
아무리 내가 번 돈이라 할지라도 그 돈이 혼자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라면 더더욱 동의가 필요하다.
심정적으로야 누구보다도 빨리 도움의 손길을 주고 싶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자랄 때야 서로 돕고 살지만,
결혼 후 가정을 이루게 되면 소중한 타인이라고 믿는 것이 좋다.
그래야 부모라서, 형제자매라서 기대고 의지하는 나약함을 고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날 갑자기 형제자매 중 누군가가 죽었다고 가정하자.
과연 누가 가장 슬퍼할까?
아마 부모나 형제자매는 아닐 것이다.
누가 눠라 해도 가장 슬퍼할 사람은 배우자며 자식들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일상을 통해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기에 서로의 정이 가장 돈독하기 때문이다.
또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나 일적으로나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은 <이웃사촌이 낫다.>라는 말처럼 부모나 형제자매는 제3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도 젊었을 때나 하는 말들이다.
늙어 경제적, 육체적 능력이 사라지면 그래도 도와줄 사람은 피붙이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젊었을 때는 가급적 스스로의 능력으로 억척스럽게 삶의 파고를 헤쳐 나가야 한다.
가족이란 울에서 함께 자란 사람이라면 도울 일이 있으면 응당 먼저 나서서 도와줄 것이다.
그러므로 함께 살지 않는 가족의 도움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둬야 한다.
내가 편 하려고 도움을 바라는 짓은 정말 피해야 한다.
솔직히 말해 자라면서,
부모나 형제자매의 도움 하나 없이 자란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도움을 생각하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남김없이 줘도 아깝지 않아야 정상일 것이다.
하지만 가정을 이루고 가족이 생기면 먼저 내 가족부터 챙겨야하는 것이 우선이다.
혹자 이것을 잘못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또한 자신의 입장이지, 내 가족이 우선인 것은 우리네 생활이기 때문이다.
미워서가 아니라 아까워서가 아니라 내리사랑의 본능 때문이다.
손은 안으로 굽고 멀리 있는 사람보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부터 돌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런 이유로,
부모나 형제자매는 소중한 타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참견하기보다는 그저 묵묵히 지켜보고 응원해주면 된다.
내게 소중하면 소중할수록,
내가 먼저 다가서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빨리 사과하고 늘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져라.
피는 같을지라도 생각이나 가치가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