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삶의 낙서들

마음의 동행자

소우(小愚) 2013. 5. 15. 14:23

  

 

가족일지라도,

그들의 일상에 끼어들면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함께 사는 사이라 할지라도 그들과 생활방식이나 가치관이,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고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그들과 언쟁할 수도 없고, 

다툴수록 소중한 사람과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으니.......

결국 화가 나더라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으로 나와 타협할 수밖에 없다.

시대가 변하고 내 생각이 현실상황과 맞지 않다니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그 모든 원인은 돈이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저축은 못하더라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은 벌어 와야 한다.

거기다 스스로 늙어 감을 자각할 나이라 노후준비와 같은 미래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그렇게 늘 마음이 쪼들려서인지 가족들은 모두 스마트 폰을 쓰고 있지만,

난 아직도 폴더를 사용하고 있다.

 

때로는 내가 너무 시대에 뒤처진,

생각과 가치관을 고집하지 않나 하는 노파심도 든다.

하지만 출근하면 사무실 전화기가 바로 내 책상에 놓여있는데,

왜 비싼 요금을 내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할까 싶어서다.

 

어느 날 아내의 휴대폰이 망가져 교체할 때,

아들 녀석이 하는 말, ‘아빠 그냥 사지 뭘 망설여.’ 한다.

그래 어쩌면 아들 녀석의 말처럼 필요하면 사면 그만인데 너무 따지고 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부터 절약이 자식들로부터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왠지 모르게 난 슬퍼진다.

가족이라면 마음만이라도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혼자서 아무리 근검절약해도 다른 곳에서 펑펑 물이 새는데 어찌 돈이 모아지겠는가?

어쩌면 개똥철학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을 망치는 건 다른 아닌 자신이라는 사실은 너무나 분명하다.

 

하지만 웃기게도 가족이 소중하면 할수록,

그들의 일상에 대하여 간섭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소중한 사람은 마음의 동행자가 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소중한 사람일수록 내가 지켜야 하겠다는 간절함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부담을 가지면 서로의 마음을 지킬 냉정한 이성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음의 동행자는 서로에게 마음의 부담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친분이나 이해관계보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과 사랑이 항상 머물러 있어야 한다.

우리가 알다시피 사람은 늘 자주 만나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음에도 왠지 모르게 불편한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이따금씩 만나나 만날 때마다 왠지 모르게 기꺼운 사람이 있다.

마음은 순백의 물감과 같아 자신과 동류의 색은 융합하거나 흘러가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세대나,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 온 사람들과는,

왠지 모르게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심적으로 편안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바로 마음의 동행자로서 적합하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보면 한순간의 망설임 없이 달려가 서슴없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내가 한번 도와줬으니까,

상대방도 나를 도와줘야한다는 얄팍한 계산이 없어야 한다.

그저 상대방에게 무엇인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마음은 하루라도 안 다치는 날이 없을 정도로 약하다.

누군가의 작은 꾸중이나 질책에도, 자신의 모자람과 부족함에도 쉽게 상처를 입는다.

그렇기에 일상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덜어내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마음의 동행자가 필요하다.

 

우리가 인생이란 길을 가는 동안,

겪게 되는 수많은 난관과 시련 속에서도,

빛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마음의 동행자다.

그만큼 마음의 동반자가 있음은 너무나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