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삶의 낙서들

어머니의 맛 "막장"

소우(小愚) 2013. 1. 25. 09:26

 

 어머니가 보고싶을 때마다, 

 나는 장칼국수를 자주 끓여 먹는다.

 물론 고향이 가까워 몇 십 분이면 갈 수 있지만,

 때때로 TV를 시청하다 이런저런 장면에서 불현듯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요즘은 밀가루를 반죽하여,

 홍두깨로 밀지 않아도 마트에 가면 만들어 놓은 칼국수를 살 수 있다.

 그리고 한겨울에도 달래나 버섯, 쑥갓과 깻잎 등을 살 수 있어,

 적당히 장만 풀면 손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다.

 거기다 구수한 맛이 좋으면 감자를 썰어 넣고, 단맛을 즐기려면 고무마를 더하면 좋다.

 

 나는 유난히 장을 넣고 끓인 국 종류를 즐겨 먹는다.

 무장국, 배추국, 시래기장국, 수제비국은 물론, 고추장비빔밥이나 장떡도 즐겨 먹는다.

 아마 장을 넣고 만드는 음식은 내가 아내보다 훨씬 더 요리를 잘 할 것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딸도 집에 오면아빠표 부침개를 주문하곤 한다.

 이 때 내가 주로 사용하는 장이 바로 고향집에서 가져온 장이다.

 

 막장은 기후변화가 극심한,

 영동지방에서 주로 담가먹던 장이다.

 막장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메주를 빻아서 엿기름과 고춧가루와 짭쌀가루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만들어서이다

 일반된장은 간장을 우려낸 뒤 남은 메주로 만들지만 막장은 이러한 과정 없이 만든 장이다.

 그래서 발효된 콩의 영양분이 손실되지 않고 장맛에 모두 스며있는, 

 우리의 몸에 가장 적합한 영동지방만의 토속적인 고유의 장이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바로 담가 막 먹을 수 있는 장이라는 것이다.

 담근 후 10일이면 먹을 수 있는 장이 막장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는 지금보다 날씨가 너무 추워,

 장이 쉽게 숙성되지 않기에 금방 만들어 먹으려 담근 장이 막장인 것이다.

 

 예전 콩을 커둬 가리를 만들어 말리 뒤,

 초겨울 마당이 얼면 도리깨질로 콩을 털어, 까불고 골라내어 커다란 가마솥에서 삶아

 틀에 넣고 어머니와 돌아가며 밟아 메주를 만든 뒤,

 방안 천장 끝마다 새끼줄로 주렁주렁 매달곤 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막장조차 쉽게 구할 수 없다.

 어머니도 이젠 연로하셔서 장을 담그시기 힘들고 주변 장 명인들에게 사기에는 너무 비싸다.

 그래서 때때로 시장에 나가 막장을 구해서 국을 끓여도 예전 어머니의 장맛은 아니다.

 

 아쉬운 대로,

 장을 약하게 넣고 다른 양념을 첨가해 나의 입맛에 맞추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까지 흡족해질리 없다.

 그래서인지 막장을 볼 때마다,

 어머니에 대한 나의 마음처럼 사라져가는 고향의 장맛이 왠지 더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