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순 수

귀로(歸路)

소우(小愚) 2012. 6. 28. 10:52

 

 

 

  수많은 날들을 돌아,

  이제 당신 앞에 서 있습니다.

  힘들다고 때를 쓰고 원망도 해야 하는데,

  그저 삶이란 흔적만 남기고 말았습니다.

  무엇이 사랑인지도 무엇이 고통인지도 모른 채,

  그저 내가 입은 상처만 아파했습니다.

 

  감히,

  행복이란 의미조차 모르면서,

  비 그친 뒤에야 볼 수 있는 무지개처럼 내 마음에 와 닿기를 소망했습니다.

  마치 누가 만들어준 터전에서 운명처럼 태어나고 자라,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살다 이렇게 돌아와 당신 앞에 서 있습니다.

 

  저는 행복했습니까?

  아니면 주어진 그 삶조차 알지 못하고,

  허황된 꿈만 꾸고 살았습니까?

  자신의 삶임에도 마치 다른 사람의 삶인 양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지는 않았습니까?

  기뻐도 웃지 못하고 슬퍼도 울 줄 모르는 삶은 아니었습니까?

  이렇게 반평생을 살았음에도 삶의 의미조차 모른 채,

  난 이렇게 당신 앞에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미련한 줄 알면서도 해야 하는 것,

  어렵고 힘든 줄 알면서도 선택해야 하는 것,

  진정으로 원하는 것조차 모른 채 착각처럼 살아온 것,

  마음으로는 잘못인지 알면서도 곁으로는 진실인양 가면을 쓴 채 살아온 것,

  그리고 그러한 삶을 마치 내 삶인 양 받아들이고 살아왔다는 것,

 

  지난 세월,

  당신이 없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겁니다.

  당신이 아니면 내 삶은 행복이란 즐거움을 몰랐을 것입니다.

  그저 어린아이의 투정인양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어떻게든 채우고 싶어했을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항상 당신과 함께 하면서조차,

  진정으로 당신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설령 당신은 부정할지라도 나는,

  내 삶을 기억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합니다.

 

  세상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 언제나 변해왔습니다.

  욕망이란 놈은 만족을 모르기에 세상은,

  항상 암울하고 절박하고 어렵고 힘든 것으로 채워졌을 뿐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듯 소중한 인연이 만드는 따뜻함을 품고 있습니다.

  당신과 함께함으로써 기꺼워했던 즐거움과 아름다움처럼 말입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단 한번 주어지는 운명의 시간입니다.

  지난 삶에 대해서 후회는 할지라도 그 삶이 다른 사람의 삶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진정 미안해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그동안 나와 함께 살아준 당신이라는 사실입니다.

  때로는 당신으로 인해 내 인생이 향기가 나고 빛이 났음을 이제야 고백합니다.

  이렇게 난 두 번 다시 갈 수 없는 내 삶을 돌아 당신 앞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