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삶의 낙서들

삶은 늘 나를 앞서간다.

소우(小愚) 2011. 12. 28. 10:21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루라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날도 드물다.

오늘은 무사하 넘어가겠거니 생각하면,

어김없이 무엇인가 툭 튀어나와 심사를 복잡하게 하니 말이다.

그러니 하루를 살아도 그저 그렇게 보냈다고 여길 뿐,

삶에 대한 즐겁다든다 기쁘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이다.

 

새로운 일을 할 때도 왠지 신명나지 않다.

매사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억지로 해야 하는 것처럼 귀찮고 짜증나는 일도 없다.

이런 유쾌하지 못한 것들이 풀리지 않고 계속적으로 마음에 쌓여 우울한 기분이 누적되는 것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푼답시고, 친구들과 모여 쓸데없는 잡담을 늘어놓고 술도 마셔도,

마음속에 쌓인 것들은 결코 덜어지는 법이 없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이미 상처가 되어, 나의 육신을 후비파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삶은 늘 내 마음을 앞서가려한다.

그렇게 나를 끌어가지 않아도 가뜩이나 힘든데, 무엇을 준비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물론 이 모두가 혼자 감당하려는 나의 몹쓸 의지가 만든 산물이라는 것도 안다.

솔직히 말해 하루하루가 만신창가 되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살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때때로 왜 이렇게 사는지 의미조차 잃어버리는 것이다.

   

이렇듯 살면서 희망을 원하지만,

아쉽게도 삶은 소리 소문 없이 먼저 찾아와 우두커니 서있는 것이다.

제발 나에게 일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즐거움을 달라고 애원하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혹독하게 몰아치고만 있다.

 

하나가 끝나면 짬이라도 줘야하는 법이거늘,

겨울날 새벽 거침없이 불어오는 인적 끊어진 골목길 바람처럼 사납다.

잠시 한 눈을 팔면 언제 떨어질 줄 모르는 위험천만한 절벽에 서 있는 삶이다.

이렇게 삶은 한순간의 여유조차 허용하는 법 없이 나를 떠밀고 간다.

 

어떨 때는 용서를 구하려고 해도 대상이 없고,

어떨 때는 용서를 하고 싶어도 찾아와 주지 않는다.

또 어떨 때는 함께 있고 싶어도 옆에 있지 않고, 또 어떨 때는 혼자 있고 싶어 해도 떠나주지 않는다.

이처럼 삶의 상황이라는 것은 언제나 자신이 하고자 하는 행동과 일치하지 않는다.

밝음 뒤에는 어둠이라는 배경이 있어야하듯 우리들의 삶 역시도 저 홀로 빛나지 못하기에,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언제나 한계가 있는 것이다.

 

돌아보면 늘 그렇다.

스스로는 매일 매일을 나름대로 의미 있게 보낸 것 같지만,

돌아보면 항상 아쉬움이 남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또 새로운 다짐을 하면서 신년을 맞게 되는 것 같다.

이처럼 삶은 과거와 미래가 교묘하게 현재에 섞여서 후회와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는지도 모르겠다.

부디 다가오는 신년에는, 최소한 나의 삶은 내가 지배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