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늘
직원 회식이 있었다.
그 때 그 자리에 참석한 후배로부터,
요즘 얼굴에 그늘이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란 염려의 말을 들었다.
속으로 삭인줄 알았는데, 은연 중 내게 닥친 이런저런 고민의 흔적이,
나도 모르게 얼굴에 남았나 보다.
이처럼 아무 일 없듯이,
표정을 숨기고 산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기기 위해,
가식적인 표정이라도 지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말이다
사람이 행복하기란 슬프기보다 훨씬 더 어렵다.
그래서 웃는 날보다, 어렵고 힘든 날이 더 많은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웃는 날이 더 많은데, 기쁨보다 슬픔을 느끼는 감정이 더 크기 때문일 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남들은 다 행복한 것처럼 보이고, 자신은 그 보다 못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한동안 어려운 일을 연이어 겪다보니, 나 역시 은연 중 그늘 진 일상을 사는 것 같다.
결국 스스로의 못남을 자랑한 꼴이다.
누구나 그렇듯,
사람에 대한 느낌는 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그 중에서도 얼굴에서 풍기는 느낌은,
그 사람에 대한 전부가 되는 경우가 많음도 사실이다.
그래서 성형을 한다든가,
화장을 통해서라도 상대방에게 어필할 수 있는,
호감이 가는 얼굴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호감을 얻을 수 있는 얼굴은 대인관계에서 그만큼 유리하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것을 알면서도 나는 내게 마이너스가 되는 행동을 스스럼없이 행하고 있었음이다.
살면서 어디 걱정 한두 가지 없는 사람이 있을까?
부부간의 문제, 자식의 교육에 대한 문제, 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 등등,
대부분 경제적인 빈곤에 따른 문제로 귀결되는 사항이지만, 문제는 그 해결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수입보다 더 많은 수입을 얻어야 활로가 보이는데,
작금의 경제여건으로 볼 때 새로운 수입원창출의 돌파구를 찾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생각보단 현실적인 벽이 너무 높은 탓도 부인할 수 없을 게다.
누군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약점을 보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속은 썩어 문드러져도 다른 사람에게만큼은 좋은 인상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거리가 쌓이면 스스로는 원하지 않아도,
관심을 가진 다른 사람에게 들키기 마련인 것 같다.
때문에 걱정거리가 생길수록,
가급적이면 마음에서 빨리 덜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얼굴에 그늘이 생기면 알게 모르게 주변의 사람들이 불안해 한다.
물론 억지로 웃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웃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삶이다.
가슴이 저릴 정도로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기쁜 일이 닥치면 웃음을 절제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다.
이렇듯 그늘지게 하는 것도 사람이지만,
그 그늘을 지우는 것도 사람일 수밖에 없다.
때에 따라서는 내 자신에게 좀더 믿음을 갖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도,
내 얼굴에, 내 마음에 그늘을 엷게 하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