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삶의 낙서들

무인 단속 카메라

소우(小愚) 2011. 1. 29. 09:53

 

 

   나의 인생 길은 항상 단속 대상이다. 

 

   요즘 도로는 무인카메라 천지다.

   물론 사고위험을 예방하는 차원이기는 하지만,

   도로 곳곳에 너무 범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달려줘야 유류도 절감하고 차에게도 좋을 터인데 말이다.

 

   예전에 비해,

   차의 성능은 향상되었는데 속도 규제는 그대로라,

   요즘 도로에 나서면 온통 서행하는 차량으로 넘쳐난다.

   정체로 인한 서행이라면 감수할 수밖에 없지만,

   교통흐름을 외면하고 운행하는 나홀로 차량을 보면 그저 열불이 넘칠 뿐이다.

 

   물론 나의 잘못이기는 하지만 오늘 아침도 그렇다.

   신호를 받아야 하는데 2차선 도로를 시속 30km로 가는 차를 피해,

   구시렁거리다 무인 단속카메라를 무심코 지나쳐 버렸다.

   아무래도 과속한 것 같은데,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벌금을 내야 한다니 왠지 속상하다.

   운이 좋으면 무인카메라가 작동되지 않았을 수 있으나 그것은 나의 바람일 것이다.

   왜 그리 홀로 마음이 바쁘고 조급하게 사는지 모르겠다.

 

   이 나이면,

   조금은 유연할만도 한데,

   난 아직도 헛된 망상에 쫓겨 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지나버리면 무슨 생각을 한 지 조차 모를 정도로 까맣게 변해버리니 말이다.

   이젠 나이가 들어서인지 무슨 잔걱정이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운전 중에 그러면 안 되는데,

   이런저런 잡생각에 빠져있다 보면,

   이미 목적지를 지나쳐 버리는 경우도 많아 당황스럽다.

   그러니 무인단속카메라를 지나침은 어쩌면 애교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이렇듯 나의 인생길은 항상 단속 대상이다.

   내게 주어진 길조차 혼자서는 걸어가지 못하고 누군가의 충고나 간섭에 흔들리며 산다.

   그리고 유혹에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곤 남을 탓 하느라고 바쁘다. 

   그렇지만 스스로를 돌아볼 때마다 자신에 대한 후회와 연민에,

   마음 아파짐은 어쩌지 못하는 것 같다.

 

   매일 징징거리고,

   속 터져 산다 해서 무슨 특별난 것도 없지만

   그래도 그렇게 사는 게 삶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정말 어떨 때는,

   무인단속카메라처럼,

   주어진 길을 벗어났을 때 벌금이라도 물렸으면 싶다.

   스스로 하지 못하면 옆에 있는 그 누군가라도 경고의 메시지라도 보내,

   잘못을 바로 잡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머물던 자리에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있을까 싶다.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

   항상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려는 나를 일깨우는 마음속 무인카메라를 달고 살고 싶다.

   올 한 해는 모쪼록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는 나 자신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