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우정, 그리고 올곧음에 대하여
◇◇ 사랑과 우정, 그리고 올곧음에 대하여
흔희 남자의 착각 중에 하나는 우정이 사랑보다 더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일 게다.
하지만 그것은 여자를 터부시하는 남자의 허황한 심리 중 하나에 뿐이다.
왠지 그래야 우위에 선 것 같고, 여자의 정에 휘둘리지 않아야 남성답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는 것이다.
실상은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여자라는 존재가 다가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아무리 내 경험에 비춰 봐도 우정이 사랑보다 먼저라는 기억이 없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사랑을 하는 순간만큼은 그것을 뛰어넘을 가치란 없다.
친구와 여자 중 같은 시간에 약속이 생긴다면, 아마 대부분 친구와의 약속을 미루고 여자에게 달려갈 것이다.
여자라면 할머니에게도 <예쁘다.>란 말이 통하듯이,
남자에게 있어 <여자>는 최우선순위에 놓여 있는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다소 비약인지는 몰라도 그것은 남자라면 미혼자나 기혼자를 떠나 마찬가지다.
좋은 말로 하면 <퍼스트레이디>일 수 있겠지만, 그 이전에 그것은 순수한 남자의 본능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자일 경우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남자의 이성 친구에 대해 더 인정하려 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람과 사람이 자주 만나다보면 은연중에 정이 드는 것을,
미연에 경계하고 방지하고 싶은 노파심의 결과일 게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은 다소 특이하지 않나 싶다.
아무리 만나도 우정 이상의 감정이 안 생기는 사람도 있지만, 반면에 한 번만 봐도 가슴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다시 보지 못하면 죽을 것만 같고,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곁에 있어야 되고,
왠지 지켜주고 싶은 감정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그렇게 그 사람이 나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되는 것이 바로 사랑일 것이다.
반면 우정은 믿음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
어떤 일을 해도, 무슨 부탁을 해도, <내편>이 되어 들어주리란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 우정이다.
물론 이런 굳건한 믿음 때문에 다툼의 빌미가 되지만,
그런 오해도 다시 만나 솔직히 이해를 구하면 또 쉽게 해소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정은, 시간이 더해질수록 잘 익은 장맛이 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남자에게 있어, 사랑도 중요하고 우정도 중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올곧음일 것이다.
즉, 남자로써의 줏대, 또는 중심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똑바로 서려는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스스로 정한 원칙을 저버리지 않고,
신념과 열정을 갖고 어려움에 맞서는 용기 있는 행동의 근원이 바로 올곧음이다
이처럼 사랑이나 우정 역시도 자신의 중심을 벗어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아무리 사랑이 중요하다 해도 자신보다 중요할 수 없다.
우정이나 사랑 역시 자신을 중심으로 할 때 진정한 가치를 지니는 것이지, 그렇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중심이 굳건하면 뿌리 깊은 나무처럼,
내게 다가오는 어려움도 삶을 위한 즐거움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