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삶의 낙서들

나부터 그렇다.

소우(小愚) 2010. 4. 30. 13:27

 

 

나부터 그렇다.

남들보다 그다지 내세울 것도 없으면서 왜 그리 잘난 척 하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말이다.

 

나보다 조금만 힘이 세거나,

도움이 될만한 사람에게는 굽실거리면서,

그러지 못한 사람에겐 다시 보지 않을 것처럼,

그러지 말아야 하면서도 괜히 얕잡아 보거나 이용하려 든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가난하면 그저 이용거리밖에 안 되는 냉정한 세상에 우린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부모라는 위치에만 서면 너도나도 자식들을 학원이나 공부방으로,

내몰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처럼 되어 버렸다.

 

어느 부모가,

자신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자식을,

남들로부터 천시 받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고 싶겠는가?

 

나부터 그렇다.

남들보다 쥐꼬리만큼 나은 것이 있으면,

자랑하거나 내세우지 못해 안달이 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뻔한 거짓말일지라도 자신을 포장할 수 있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조그마한 인연의 고리만 있어도 곧잘 친한 사람으로 둔갑하게 된다.

 

평소 어려운 일에는,

보이지 않다가 막상 해결하고 나면,

어디선가 위풍당당하게 끼어들어 마치 본인이 한일인양 처세한다. 

그것을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연하게 내세운다.

 

나부터 그렇다.

말은 세상에서 내가 제일이라는 생각으로 살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면 외로워 어쩔 줄 모른다.

밖에서는 자랑스러운 사람으로 사는 것 같지만, 집에 돌아오면 TV앞을 떠나지 못한다.

 

가정에 돌아와도,

이런저런 눈치를 보지 않으면 안 되면서도,

밖에 나가면 남들에게 얕보일까봐 중히 대우받고 사는 것처럼 과시하고 산다.

누가 그러라고 강요하는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의 삶에 취해 산다.

 

나부터 그렇다.

직장이나, 가정이나,

또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불만이 있어도 겉으로 표현하기도 쉽지 않다.

작은 충고가 서로의 사이를 갈라놓는 싸움의 불씨가 될 바에는,

차라리 조용히 가슴에 묻어두는 것이 속이 편하다.

 

이미 알지 않는가? 

정말 친한 사람에게서 얻은 상처는,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속으로 삭혀야 더 좋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랑한다 말하고, 지켜주겠다 하면서, 만나면 늘 불평만 늘어놓는다면,

그건 차라리 모르는 것이 속 편할 것이다.

 

이렇게 어느 순간,

자신의 말과 행동이 빌미가 되어 그동안의 평화가 깨질까 봐,

무의식중에라도 조심하게 되는 나를 보고,

나도 몰래 멋적은 웃음을 피식 웃게 된다. 

 

나부터 그렇다.

일상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짜증스럽고 화가 나 어쩔줄 모른다.

때로는 스스로의 삶이 슬퍼져 우울한 기분을 주체하지 못할 때도 많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도,

앞으로 살아갈 삶마저도 백지위에 쓰여 진 글처럼,

지울 수만 있다면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피할 수 없는 것이 삶이지만,

왜 내게만 이런 상황들이 다가오는지 할 수만 있다면 외면하고 나 몰라 하고 싶다.

그러나 나를 부정하지 못하듯 내 삶 역시도 내 것이기에,

내가 할 일은 내 삶을 소중히 여기고 아끼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정만 하고,

짜증만 내고 산다면,

내 인생이 너무 초라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