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孝)는 사랑의 다른 표현이다.
자다 깼을 때 가장 곤란한 시간은 새벽이다.
다시 잠을 자려고 해도 깊은 잠이 들지 않고 오히려 억지로 자려고 하면 머리만
아프고 눈이 빨갛게 되어 버린다.
그렇다고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리자니 시간은 가지 않고 마음속만 답답해진다.
모두가 잠들고 휴식을 취해야 할 시간에 홀로 깨어있다는 것은 어쩌면 슬픈 일이다.
이러한 삶이 바로 너와 나의 부모인 노년의 삶과 다를 바 없다.
한마디로 정적의 시간인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나 원하는 것이 있어도,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불균형의 순간이 점차 많아지게 되고,
스스로 그것을 가슴으로 받아들려야 하는 현실에 처하게 됨은 필연이다.
지금도 이러한 현실의 벽에 서면 막막해 어쩔줄 몰라 하는데,
육체가 따라가지 못하는 노년이 오면 아마 스스로 체념하고 자신에게 적당한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생각 같아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순간들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지만,
하루의 시간은, 먼 듯하지만 1년 2년의 시간은 화살같이 빨리 지나감을 매일 느끼며 사는 것 같다.
내가 지나온 발자국조차 아직 채 지워지지 않았는데 다가오는 삶은 금방 지나쳐 가려 한다.
누구나 자신이 그 상황에 처해봐야 어려움을 알 수 있듯이,
이렇게 한두 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를 바라보며 안스러워 하던,
부모님의 속정을 하나씩 헤아리게 되는 것 같다.
아마 그 당시는 알았다고 해도 마음이 먼저 다가가지 않았으리라.
부모에게 잘 하려는 마음도,
어쩌면 남에게 보여주려는 얕은 속셈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은,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하고 시간이 든다 할지라도 결코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비록 작은 일이라도 부모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나면 왠지 힘든 일이지만,
가슴가득 절로 뿌듯한 기쁨을 느끼게 된다.
지나온 과거에 행한 서로의 잘못을 꼬집으면 꼬집을수록 아픈 건 자신의 상처일
뿐이다.
그저 현재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면 된다.
형편이 되지 않으면서 억지로 하는 것은 부모님 역시도 원하지 않는 일이다.
가장 큰 효도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보살피는 것이라 했다.
대부분 스스로 내가 이러 저렇게 해주면 만족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행하지만,
그것이 도리어 부모에게는 마음이 불편한 일일수도 있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부모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야 말로 부모를 진정 위하는 것이다.
여행을 다니고 싶으시다면 여건이 허락하는 한 보내드리고,
놀고 싶으시다면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해주고,
소일거리를 원하시면 적당한 일거리를 마련해 드리는 것이 옳다.
마음이 편해야 몸도 편하다.
아무리 몸이 편해도 자식들은 하루를 온통 종종거리며 사는데,
혼자 집에서 쉬고 있다고 해서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울 수 없다.
가족이란 행복과 불행을 함께 지고 가는 동반자인데,
홀로 동떨어진 생활은 오히려 소외감만 들게 마련이고,
이로 인해 마음의 틈만 벌어지게 할 뿐이다.
그러므로 가급적이면,
어려운 일이나 기쁜 일이나 숨김없이 의논드리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식은 부모를 배려하고, 부모는 그것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여,
그동안 살아 온 경험과 지혜를 자식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서로가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서로의 존재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은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주는 것이란 생각을 가져야
마음의 앙금이 남지 않고 기꺼운 마음으로 할 수 있음이다.
스스로가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나의 가족도, 형제자매도, 그리고 친척들도 모두가 어려운 일이 닥쳐도,
서로를 배척하지 않고 함께 하려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내 부모 일인데 내가 나서지도 않으면서 어찌 남의 도움을 기대하겠는가?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처럼,
형편에 맞게 사람과의 인연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 법이다.
어려운 일이 닥치면 사람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지만,
위기를 넘기면 희한하리만큼 망각하고 살게 된다.
슬픔이나 고통의 순간들이 옅어지기나 잊혀지지 않는다면 아마 사람은,
오래 살지 못할 운명에 처할 것이다.
사람의 한 평생을 시간대별로 펼쳐놓으면 수많은 사연을 품고 있지만,
막상 압축시켜보면,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일 뿐이다.
아무리 행복한 삶이라도 영원할 수 없으며, 아무런 노력 없이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나를 사랑해 주시는 부모님과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마음의 벽을 닫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이며, 가장 올바른 삶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