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는 살아가는 의미며 가치다.
언제부터인가 삶에 대한 재미를 잃어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시계바늘처럼 바쁜 일상을 따라가기 바쁘다.
나의 하루는 아이들의 교육일정에 맞추어 있어 정작 내게 필요한 여유조차 나의 마음대로 활용할 수 없다.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은 날이 유일하게 나의 시간으로 남겨지지만,
그것도 아이들 교육비가 부담되어 은연중에 돈이 들어가는 일은 가급적 피하게 되는 것 같다.
사람이 움직이려면 돈이 들어감은 당연한 일이다.
친구를 만나고, 건강을 지키고, 집 주변을 벗어난 가벼운 산책을 즐기려고 해도 돈이 필요하다.
물론 이럴 때 쓰려고 힘들게 돈을 버는 것이지만,
마음속으로는 돈을 모아야한다는 강박관념이 나도 모르게 자리 잡고 있어 쓰고도 후회가 남는 현실이 싫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아등바등한다고 해서 써야할 돈이 모아지는 것이 아니을 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가 가난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아마도 마음의 조급함 때문이리라.
퇴직해야할 나이는 다가오지만 경기가 안 좋아 마땅하게 전업할 일거리도 구하기 어렵고, 아이들 교육비나 노후자금 등,
아직도 써야할 곳은 많은데 모아놓은 돈이 시원찮으니 어찌 스스로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을까?
젊은 날에는 잠시 샛길로 빠져도 쉽게 돌아올 수 있지만,
중년의 지금은 한번의 구렁텅이는 일생의 나락으로 빠지게 됨을 알기에,
돌다리를 건너듯 조심스러운 일상을 살 수밖에 없어 새로운 일에 도전할 용기와 의지를 잃어버리게 된다.
무슨 희망을 기대하고 목표치에 대한 기대심리가 있어야 일이 즐거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저 매일 다가오는 하루의 일상이 내 삶의,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의무와 책임만으로 남아서야 어찌 재미가 있을까?
스스로의 삶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살림이 쪼들리게 되면 별생각을 다 하게 된다.
어느 날 내게
꿈처럼 있지도 않은 유산이나 복권을 사지도 않았으면서도 로또와 같은 일확천금의 행운이 오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언가 개운하고 산뜻한 느낌이 있어야 좋다.
하지만 일어나기 싫어 몇 번이나 몸을 뒤척거리다 일어나게 된다.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고, 아침에는 일어나기 싫어 뒤척이고...
누구 말마따나 죽으면 썩어서 육신이 없어질 때까지 누워있어야 되는데 왜 그렇게 누워있기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아마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치가 없어서 일 것이다.
뉴스나 풍문으로 들려오는 소식이라야 늘 가슴 졸이는 암담한 상황의 연속이다.
앞날을 예측할 수 있어야 무슨 목표나 계획을 세워 투자할 수 있는 것인데
요즘의 사회나 경제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가라않고 있다.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서민경제에 어느 정도 희망의 등불이 켜지나 싶었는데,
환율의 폭등으로 오히려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게다가 유해물질인 멜라린에 대한 공포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는 실상에 처해있다.
기업이 잘되어야 경제가 살아나고, 경제가 살아야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좋아지고,
살림살이가 좋아져야 사람들이 웃을 수 있음은 불문가지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웃음과 희망을 줄만한 아무런 것도 없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돕고 같이 나누는 우리의 전통문화인 상부상조하는 정신이 살아나야 할 것이다.
사람의 삶이 재미로 사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웃을 일이 없고 스스로가 즐겁고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만큼 짜증나는 삶고 없다.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란 말은 이승이 저승에 비해서 그만큼 사는 재미가 있다는 뜻이다.
부모나 자식이나 친구를 잃고도 웃지 않고 살 수 없는 존재가 사람이다.
따라서 재미는 사람이 살아가는 또 다른 의미이며 가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