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향기
오늘도 회백색 콘크리트 건물에서
메마른 인정에 지쳐가지만
창 틈사이로 새어드는 낯익은 향기에
불현듯 그리움에 젖게 합니다.
아카시아 향기는
펜팔로 만났던 사진 속 예쁜 소녀에 대한
나의 애뜻한 그리움, 그리고
간절한 기다림입니다.
가시에 찔릴세라
책갈피에 끼워 말린 고운 꽃 잎.
아카시아 꽃 잎 보다 더 하얀 순백의 편지지에
더벅머리 소년의 마음을 담아 보냈습니다.
아! 이제는 아카시아 꽃 잎 따서 먹던 시간이
내게 다시 못 올 추억이 되고.
연록색 물감이 물 든 고향산야에
뭉개구름처럼 피어나던 내마음의 꽃이 되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