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에 대한 기억
난 라면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리고 나만의 여러가지 방법으로 라면을 끓여 먹는다.
매운 고추장을 넣고 끓이는 장라면,
콩나물과 김치, 파와 얼큰한 코추가루를 넣어 끓이는 해장라면,
오징어와 햄, 그리고 떡복기 떡을 함께 넣은 부대찌게라면,
스프와 양념과 라면을 함께 넣은 뒤 꼬들꼬들하게 삶은 뒤 고추장에,
면발과 새콤한 생채나 김치를 넣어 비벼먹는 비빔라면,
갖은 양념을 넣고,
맵게 버무린 닭갈비나 닭 내장탕을 얼큰하게 끓인 후,
사리로 넣어 함께 먹는 라면은 그야말로 맛의 향연이다.
왠 라면의 종류도 그리 많은지...
김치라면, 비빔면, 감자라면, 짬뽕라면, 짜장라면, 장라면, 카레라면,
치즈라면, 해물탕, 새우탕라면, 너구리, 컵라면, 사발면, 왕뚜껑에다,
심지어 중국에는 개고기라면도 있다고 한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열라면, 신라면, 진라면이 좋고,
밥 말아먹기에 가장 좋은 라면은 스넥면이고,
달콤한 맛과 깊은 맛은 당연히 전통의 삼양라면이라고 한다.
학창시절 자취할 때는,
반찬을 만들기 싫어 주로 라면을 먹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화투놀이로 라면내기를 하여,
1등은 꽁짜, 2등은 라면 끓이고, 꼴찌는 라면값을 내고...
이렇게 먹고 난 뒤,
설거지 하기 싫어 라면국물이 남은 그릇을 냄비채 놔두면,
라면이 퉁퉁 불었을 때 된장을 넣어 국삼아 끓여먹던 라면은,
가난한 시절의 행복했던 그리움이다.
초등학교 시절,
동네에서 마을사람들이 함께 모여,
퇴비를 하거나 농사일을 품앗이 할 때,
새참으로 국수나 라면을 끓여 상을 내오는데,
라면이 워낙 귀해 국수에다 라면을 함께 넣고 끓였다.
이런 날은 마을의 잔치쯤 되었길레 아이에게는 생일날이나 다름없었다.
어머니는 아이들에게는,
라면 면발이 더 많이 가도록 배려하였고,
동네 아이들은 서로 한 젓가락이라도 먼저 더많이 먹을려고 아우성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이면,
남은 라면과 국수가 띵띵 불어 터져,
마치 떡처럼 뭉쳐진 라면을 화롯불에 데워먹어도 너무나 맛있었던 그 시절은,
사람의 정이 가슴속 깊이 고운빛깔의 옷으로 갈아입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올챙이 국수나 감자떡이 별미지만,
그때는 너무나 많이 먹어 두번 다시 먹기 싫은 음식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난 불어터진 라면을 먹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리하고 싶다.
사람의 정이 고스란히 담긴 추억 가득한 라면은,
내게 있어 마음의 고향같은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