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순 수

진정 행복하기를.

소우(小愚) 2008. 3. 21. 17:35

떠나는 나의 마지막 모습을  누군가가 기억해 준다면,

그것이 행운일까?   아니면 미안함일까?

그리운 기억이든 아니면 원망의 기억이든  행운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삶동안 인연 맺었던 내 삶의 흔적들이 누군가의 기억을 통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연의 가치는 소중하다.

 

헤어짐이라는 것,

빠르고 늦은 차이만 있을 뿐,

그 누구도 피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삶의 과정일 뿐인 것을...

나의 이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떠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행복한 일이 아니겠느냐고...

자꾸만 가슴속을 뚫고 나오는 사랑에 대한 미련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절박함이,

나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나는 결코  버림받은 것이 아니다.

다만  나에게서가 아니라 나를 떠나서 더 행복하게 보인다.

사랑하기에 떠난다는 3류 소설이나 유행가 가사처럼,

그렇게 살아가야 할 삶도 있다고 애써 자위하지만,

그래도 그대의 가슴속에서는 언제나 떳떳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나와의 삶을 허락하지 않았다 해서 나마저  내마음의 삶을 거부할 수 없다.

그대와의  추억 또한  영원한 나만의 것이다.

 

그대여,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설레게 했고, 기쁘게도 슬프게도 했던 이름이여!

그저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얼굴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저려온다.

평생을 함께 하리라 수없이 다짐했던  기억속의 공간들...

어찌 나의 마음에는 눈물보다 행복했던 순간들로 넘쳐나는데,

잊었다하여 원망이란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지금에서야,

미안한 말이지만,

난 사실 너를 나의 전부가 되리만큼 사랑하지는 않았다.

그저 네가 해주는 음식이나 정성을 오히려 귀찮아했는지도 모른다.

늘 곁에 있는 것이 마치 당연한 일인 것처럼 느꼈기에,

네가 바라는 것, 네가 원하는 것조차 몰랐다.

그렇기에 너의 변화조차도 감지하지 못했다.

 

그래,

네가 변해서야,

나도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알 정도로 무감각했다.

이런 내가 어찌 너의 떠남을 원망하고 미워할 수 있겠는가?

말로만 지켜준다고 수없이 다짐하였으면서도,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나의 나약함을 그 어찌 잊으랴.

좀더 용기를 냈더라면,  좀더 열심히 노력했다면,

후회로 남지는 않았을 것을........

 

할 수만 있다면 이젠,

기억에서조차 그대를 놓아주고 싶다.

그리움이 아닌 원망만 남은 지난 날 나의 모자람들이여!

지금이나 먼 훗날에도 진정 행복하기를......